*본 작품은 전시 및 공연이 동시에 진행되며,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Immersive) 형태의 공연입니다.

방지원의 신작 는 전통 산오구굿에서 모티브를 얻어 현대적 맥락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산오구굿은 오구굿의 한 갈래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연행 목적에서 분명한 차이를 지닌다. 동해안 지역에서 펼쳐지는 오구굿은 망자를 극락세계로 천도하기 위한 굿으로, 죽은 이를 애도하고 남겨진 자들을 위로하며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누구나 맞이하게 될 죽음의 운명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산오구굿은 살아있는 개인 또는 집단이 미리 살아생전에 행하는 굿이다. 산오구굿에 참여하는 이들은 수의를 만들고, 자신이 묻힐 땅을 손수 알아보고, 영정 사진을 찍기도 한다. 나아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자신의 죽음을 예비하고 아울러 굿판에 함께 모인 모두와 복과 공덕을 나누는 축제와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산오구굿은 연행 사례가 거의 드물어,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본 작품은 이러한 산오구굿의 특수성, 곧 ‘산 자를 위한 위로’와 ‘앞당긴 애도’의 정신에 주목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 날마다 체감하게 되는 오늘, 우리는 때때로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자각 속에서 하루를 버틴다. 그렇기에 위로가 필요한 것은 망자만이 아니다. 망자를 떠나보낸 이들, 살아남은 이들 역시 깊은 위로를 필요로 한다. 는 이러한 감각 위에 산오구굿의 연행 정신을 되살려, 삶과 죽음을 분리하려는 기만적 태도 대신 죽음을 삶의 일부로 정직하게 껴안는다. 마치 느릿하지만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열차처럼, 이 공연은 우리가 이 아름다운 삶을 천천히 즐기며 결국 복된 죽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무엇보다 이 공연은 관객참여형(이머시브) 퍼포먼스로, 관객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완행열차’의 승객이자 ‘자신의 장례식(오구굿) 주인공’이 된다. 무대는 생전 장례식장 혹은 오귀굿판으로 변모하고, 관객들은 자신의 사후 상황을 미리 체험하며 의례에 참여한다. 엄숙한 제의, 죽음 체험, 그리고 유쾌한 굿판이 이어지며, 관객은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을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추모나 위로를 넘어 죽음을 스스로 예비하는 행위이자 과거 산오구굿을 행했던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태도와 인식을 오늘에 되살린 하나의 축제다. 는 오늘의 상시적 우울을 넘어 삶을 더 깊이 음미하고 복되게 살아갈 지혜를 서로에게 건네는 장으로 펼쳐지게 될 것이다.

2025. 11. 09. 일요일. 15:00 ~ 19:00
성수 어브 스튜디오

연출/연주 방지원
제작PD 김재훈 한지윤
연주 김동언 김동연 박초선 김동열 정연락 민경문 김동민 윤현옥
류재영 김락호 박혜빈 배민호 문지훈 서은별 차루빈 홍성윤 강경훈
자문 김형근(국립경국대)
무대디자인 신나경
무대감독 임찬울
음향감독 이지영
조명디자인 김성민
사운드디자인 양선용
영상감독 우인제
드라마터그 김보경
무대소품 정연락 김동민
불교미술 김 현
홍보물디자인 한윤지
사진 안재경
주최 방지원
주관 방지원 MUSIC LABS, 어브스튜디오, 모아모아프로덕션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고씨공방, 사)동해안별신굿 보존회